생일을 앞두고 부모님이랑 아이들까지 온 가족이 모이는 점심
원래 마음에 둔 곳은 박현지토종한우예요

그런데 하필 그 집이 쉬는 날이라
대신 고른 곳이 황금동 연화37이랍니다

솔직히 첫 번째 후보도 아닌 데다 한우라 값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서
예약을 걸어 두고도 마음 한구석이 조금 무거워요

그렇게 반쯤은 걱정을 안고 가는 집인데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는 생각이 꽤 달라져 있어요

3대째 축산업을 이어 온 곳에서 하는 한우집이라
고기도 고기지만
굽는 일을 통째로 맡길 수 있다는 게 가족 모임에서는 생각보다 크거든요

연화37 한우 생고기, 상호 낙인 찍힌 새송이버섯과 초록 채소

뒤편 주차장과 룸

가게는 동대구로 130 건물 1층인데
전용 주차장이 건물 뒤편이랑 옆 공터에 따로 있어서
50대 넘게 들어가요

주차 요원분이 계셔서 자리가 차 있으면
다른 자리로 바로 안내해 주시고요

차를 나눠 타고 모이는 날인데
주차부터 수월하니 시작부터 기분이 좋아요

벽에 분수까지 있는 실내는 고급스럽고 깔끔해서
어른들 모시는 자리로 잘 어울린답니다

숙성 중인 고기를 진열해 둔 것도 눈에 들어오고
화장실에 디퓨저랑 다이슨 드라이어까지 놓아둔 걸 보면
구석구석 신경 쓴 티가 나요

룸이 18개나 되고
4인실부터 크게는 50인까지 들어가는 방도 있으니
조용히 식사하고 싶은 가족 모임이라면
예약할 때 룸으로 잡아 두시는 게 좋아요

아기의자도 필요하다고 말씀드리면
자리에 맞춰 놓아 주시니
아이들 있는 집은 미리 부탁해 두세요

예약은 네이버로 해 두면 좋은 점이 하나 더 있어요

콜키지가 무료라서
저는 아빠랑 나눠 마실 위스키를 한 병 챙겨 가거든요

가게에도 와인이랑 화요 같은 전통소주가 제법 갖춰져 있어서
빈손으로 가셔도 고를 술은 넉넉한 편이에요

시그니처 한 상

자리에 앉아 고기는 시그니처 4인으로 정해요

특등심이랑 특안심 600g에 육회
그리고 된장찌개나 냉면 중에 고르는 식사까지 사람 수대로 묶인 점심 세트인데
평일엔 19.8만원이고 주말엔 20.6만원이에요

부모님은 돈 생각은 하지 말라고 하시는데
메뉴판 앞에서 제일 작아지는 건 정작 생일 당사자인 저랍니다

연화37 육회, 놋그릇에 담아 파채와 통깨를 올린 한 그릇

주문을 마치면 반찬부터 깔리는데
양배추 무침이랑 백김치
메추리알에 작은 함박까지 나와요

양배추 무침은 생각보다 매콤해서 급하게 드시면
저희 아빠처럼 사레들리기 쉬우니 천천히 드셔 보세요

메추리알은 아이들 차지가 되고
함박은 리필이 안 되는 반찬이라
한 점씩 사이좋게 나눠 먹어요

연화37 기본 반찬, 가까이서 본 놋그릇 백김치와 붉은 양념 무침

쌈 채소는 따로 없고 대신 상추가 들어간 재래기가 푸짐하게 나와요

저희 집은 고기 먹을 때 채소를 유난히 많이 먹는 편이라
죄송할 만큼 여러 번 더 부탁드리는데
그때마다 싫은 기색 없이 채워 주시더라고요

아이들 앞으로 곰탕이 조그만 그릇에 따로 나오는 것도 은근 반가워요

아이들 먹일 게 따로 있으니
어른들이 한숨 돌리게 되죠

연화37 기본 반찬, 놋그릇 여섯 개에 담긴 백김치와 양배추 무침

돌판 위 한우

고기가 나오면 색부터 눈에 들어와요

붉은빛이 짙고 마블링은 과하지 않게 고루 끼어 있는데
최소 2주 숙성한 한우를 따로 제작한 돌판에 구워요

고기가 올라가는 순간 치이익 하는 소리가 시원하게 퍼진답니다

연화37 한우 생고기, 검은 쟁반에 도톰하게 썰어 담은 여러 덩이

연화37 돌판에 올린 한우 생고기 세 덩이와 수북한 생양파

굽는 일은 직원분이 처음부터 끝까지 맡아 주세요

한 점 한 점 뒤집고 잘라서
다 익은 건 옆으로 옮겨 두시고
어떻게 먹어야 맛있는지도 차근차근 알려 주시고요

가족끼리 고기 먹으면
꼭 누군가는 집게 잡느라 제대로 못 먹잖아요

여기서는 그럴 일이 없으니
다 같이 얼굴 보며 이야기하게 돼요

연화37 돌판 한우 구이, 겉면이 익은 덩어리와 구운 양파·마늘

돌판이라 그런지 고기가 금방 익는데도 타는 일 없이
딱 맛있을 때 앞에 놓여요

양파랑 버섯이 넉넉히 같이 올라가서
처음엔 고기가 적어 보이지만
먹다 보면 모자라지 않은 편이에요

연화37 돌판 한우 구이, 익어 가는 두툼한 세 덩이와 수북한 양파

첫 점은 이 집에서 내주는 자염만 살짝 찍어 먹어요

솔직히 이 한 점은 기대에 조금 못 미쳐서
괜히 여기로 온 건 아닌가 싶어 잠깐 불안해지는데
다행히 두 번째 점부터는 달라요

씹을 것도 없이 보들보들 풀리고
숙성 덕에 잡내 없이 육즙이 넉넉히 배어 나온답니다

특히 등심 쪽이 제 입에 잘 맞아서
자꾸 그쪽부터 먹게 돼요

연화37 돌판 한우 구이, 한입 크기로 잘라 붉은 속살이 보이는 단면

같이 구워 주는 버섯은 다 아는 그 맛인데도
유난히 맛있어서 고기랑 먹어도
소금만 찍어도 좋아요

양파랑 마늘도 돌판에 같이 구워 주시는데
구운 양파가 고기랑 특히 잘 어울리고
아스파라거스는 맛보다는 스테이크 먹는 기분을 내 주는 쪽이죠
와사비는 따로 없고 표고와사비가 나오는데
알싸해서 나쁘지 않지만
일반 와사비를 좋아하시면 미리 알고 가세요

연화37 돌판 한우 구이, 테두리에 둘러 놓은 고기와 가운데 구운 채소

먹다 보니 욕심이 나서
스페셜모듬 300g을 하나 더 시키는데
채끝이랑 부채살 구성으로 10.5만원이에요

도톰한 살에 지방이 곱게 퍼져 있어서
돌판에 닿자마자 또 한 번 기분 좋은 소리가 나요

맛은 적당히 눅진하고 부드러운데
제 입에는 앞서 먹은 등심이랑 안심이 조금 더 맛있더라고요

양도 넉넉해서 추가는 조금 덜 시켜도 충분하답니다

연화37 한우 생고기, 도톰한 덩어리와 길쭉하게 썬 덩어리 한 판

된장찌개와 물비빔냉면

세트에 딸린 식사는 된장찌개랑 냉면 가운데 골라요

된장찌개는 팔팔 끓는 채로 나오는데
이것만 먹으러 따로 오고 싶을 만큼 맛이 좋아요

밥도 퍼석한 데 없이 잘 지어져서
찌개에 김치만 곁들여도 한 그릇이 금방 비워지죠
엄마가 고기 든 된장을 안 좋아하셔서
저희는 차돌 없이 먹는데
차돌찌개가 메뉴에 따로 있으니
고기 든 찌개를 좋아하시면 그쪽도 살펴보세요

연화37 된장찌개, 끓는 돌솥에서 국자로 떠 올린 애호박과 두부

연화37 된장찌개, 넓은 돌솥에 담긴 애호박과 얇은 소고기 건더기

아빠는 물비빔냉면을 드세요

비빔냉면에 얼음 육수를 부어 먹는 식인데
소스를 많이 넣으면 맛이 세질 수 있다고
직원분이 미리 일러 주세요

물론 아빠는 그 말을 듣고도 시원하게 다 부어 버리시지만요

한 젓가락 얻어먹어 보면
전문점이 아닌데도 제법 맛이 좋아요

고기 없이 식사만 하러 가도 괜찮아요

연화육회비빔밥은 된장찌개가 같이 나오는데
1.5만원이고
평일엔 1.3만원이라
점심에 가볍게 들르기 좋답니다

양념은 조금씩 넣어 가며 간을 보라고
안내해 주시니 그대로 따라 해보세요

문은 매일 오전 11시에 열어서 밤 10시까지 해요

연화37 육회, 반찬 그릇 사이에 놓인 파채와 통깨 고명

계산서를 받아 들면 역시 한우 값이라
생일 한 끼치고는 꽤 나오는 편이에요

제 생일 핑계로 너무 비싼 집을 고른 건 아닌가 싶어 부모님께 살짝 죄송해지기도 하고요

그래도 굽고 자르는 수고를 전부 맡아 주시고
끝까지 친절하게 챙겨 주시니
고기 값만 치르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연화37 돌판 한우 구이, 빈 돌판 가장자리에 줄지어 놓은 깍둑썬 고기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엔 손님들이 줄줄이 들어오고 있어요

조금 이르게, 예약까지 해 두고 가시는 걸 추천드려요

못 간 박현지토종한우는 다음 가족 모임으로 미뤄 두고
연화37은 평일 점심에 육회비빔밥 먹으러 한 번 더 들러 볼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