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못 근처 이 막창집에 가면
저는 막창을 동그랗게 썰지 않고
세로로 잘라요
처음 간 날엔 그것도 모르고
신이 나서 동글동글 썰어 먹다가
옆 테이블들이 하나같이 세로로 자르는 걸 한참 뒤에야 보고
따라 해 본 게 시작이에요
왜 다들 그렇게 자르는지는 구워서
한 입 먹어 보면 바로 알게 되거든요

대구 가면 막창은 꼭 여기서 먹어야 한다고
지인이 하도 기대를 부풀려 놔서
반신반의하며 따라간 집이 대구아리조나막창 수성못 본점이에요
1990년부터 2대째 이어 오는 막창집인데
도착하면 건물부터 어마어마하게 커서
압도되는 느낌이에요
건물 앞 주차장도 넓고 발렛파킹까지 되니
막창집 치고는 차 댈 걱정이 없는 게 은근히 좋아요
지금은 대구에 갈 일이 생기면
제가 먼저 가자고 하는 곳이랍니다

1층 야외자리
매장 안이 워낙 넓고 탁 트여 있어서
사람이 북적여도 답답하지 않아요
그래도 저녁이면 예약 손님으로 테이블이 금세 차는 편이라
미리 예약해 두고 가는 게 마음 편해요
1층은 폴딩도어를 활짝 열어 두어 바깥에서 먹는 듯한 야외 느낌이 나는데
요즘처럼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 저녁엔 여기가 제 최애 자리에요
불판 앞에 앉아 있어도 바람이 솔솔 들어와서
은근 기분이 좋거든요
한쪽 벽엔 연예인이랑 야구선수들 사인이 빼곡하고
유니폼에 글러브, 운동화까지 전시되어 있어요
야구 좋아하는 분이라면 막창이 익기를 기다리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할 거예요
기부 현판도 벽에 유난히 많이 붙어 있어서
저도 갈 때마다 한참 들여다보게 된답니다

상추랑 양파, 옥수수 같은 기본 찬이 깔리고
모자란 건 셀프바에서 원하는 만큼 가져다 먹으면 돼요
상추 재래기는 새콤달콤하면서도 간이 세지 않아서
막창이랑 같이 먹기 좋은 편이에요
따로 부탁하지 않고 직접 챙겨 오면 되니
여러번 가도 눈치보지 않고
넉넉히 챙길 수 있어

세로로 자른 생막창
주문은 늘 생막창으로 시작해요
1인분이 140g에 1.2만원이라
처음엔 적겠다 싶지만
막상 나오면 양이 꽤 넉넉해요
지인들이랑 3인분을 시켜도 금세 다먹어 버려서
1인분 추가는 거의 기본으로 해야 해요

국내산 1등급 생막창을 매장에서 직접 세척기로 세 번에 걸쳐 씻고
24시간 숙성해서 내놓는 집이에요
나올 때부터 빛깔이 깨끗하고
통통해서 신선한 게 눈으로도 보여요

상에 깔리는 떡이랑 마늘도 막창 옆에 올려 함께 구워 보세요
막창은 익는 데 시간이 제법 걸리는데
불이 센 편이라 겉이 금방 그을리고 기름도 꽤 튀어요
서두르지 말고 은은하게 천천히 익혀 주는 게 제일 맛있어요

다 익으면 직접 잘라 가며 먹는데
앞에서 말한 세로 썰기는 바로 이때 하는 거죠
동그랗게 말고 세로로 자르면
안쪽까지 고소하고 바삭하게 씹혀요
첫날 흥분해서 주변도 안 보고
동글동글 썰어 먹은 게 두고두고 아쉬울 정도예요

한 입 씹으면 겉은 바삭한데
속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편이에요
씹을수록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져요
막장에 콕 찍어 먹는 건 기본이고
셀프바에서 고추를 가져와 그 막장에 더해 먹어 보는 것도 좋아요
잡내도 거의 없어서
막창이 처음인 분들도 부담 없이 먹기 좋은 편이에요
다만 드물게 구워도 냄새가 가시지 않는 날이 있는 건 좀 아쉬워요

같이 구운 떡도 의외의 별미예요
이 떡 하나에 다들 눈이 휘둥그레져서
셀프바에서 몇 번이나 더 가져오게 되더라고요 ㅎㅎ

막창을 선호하지 않는 분이라면
생삼겹살을 같이 시킬 수 있어요
생막창과 같은 140g에 1.2만원인데
두툼하게 나와서 육즙이 좋고
막창이랑 번갈아 먹으면 질릴 틈이 없어요


찌개에서 아이스크림까지
막창이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먼저 시켜 두는 게 우삼겹된장찌개예요
3천원짜리인데
우삼겹이 들어가 국물이 진하고
구수하면서도 뒷맛은 개운한 편이에요
공기밥 하나 곁들여 말아 먹으면
그대로 된장술밥이 돼서
결국 찌개를 하나 더 주문하게 된답니다

사장님이나 직원분들은 대체로 친절한 편이에요
다만 된장찌개나 공기밥처럼 곁들이는 주문이 가끔 빠질 때가 있어서
한참 안 나온다 싶으면 한 번 여쭤보는 센스~
막창만 먹다 보면 매운 게 먹고 싶어지잖아요
그럴 땐 마무리로 양념불닭발을 시켜요
양념이라 불판에서 잘 타는데
살짝 그을린 쪽이 오히려 더 맛있어요
같이 나오는 양념에 꼭 찍어 드셔 보세요
그 양념이 맛을 확 살려 주거든요

배부르게 먹고 나면
매장 한쪽 기계에 소프트아이스크림을
셀프로 가져다 먹을 수 있고
커피도 준비되어 있어요
시원하고 부드러워서
입에 남은 고기 기름기가
싹~~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에요 ㅎㅎ
지인들 모임 자리로도
아이들이랑 저녁 먹으러 오기에도
두루 잘 맞는 집이에요
다음엔 아직 못 먹어 본 소막창이나
차돌박이도 하나씩 시켜 보려고요
물론 그때도 막창은 세로로 자를 생각이랍니다 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