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통도사로 가을 나들이 가는 길
짝꿍이랑 물금 서리단길에 먼저 들러요

밥부터 든든히 먹고 움직이자는 건데
이 길에서 제일 이름난 집이 서리단 양산물금본점이라
가게 고를 것도 없이 여기로 정한답니다

메밀요리 전문점이라 옹심이랑 메밀면이 중심인데
메뉴 설명을 읽다 보면
은근 재미있는 문구가 눈에 들어와요

흑임자 옹심이에는 40-50대 픽 베스트
물비빔 메밀면에는 20-30대 픽이라고 적혀 있거든요

세대별로 고르는 메뉴가 다르다니 궁금해서
짝꿍이랑 하나씩 나눠 시켜 보기로 해요

서리단 메밀면, 김가루와 쪽파를 올린 맑은 국물의 한 그릇

뒷골목 주차장과 웨이팅

가게는 경남 양산시 물금읍 화산길 10
주택가 골목에 자리한 건물 1층과 2층을 쓰고 있고
주차장은 가게 앞이 아니라
뒤쪽 골목 안에 따로 있어요

골목으로 들어가면 금방이지만 넓은 편은 아니라서
식사 시간에 맞춰 간다면
조금 여유 있게 도착하시는 게 좋아요

서리단 양산물금본점 외관, 흰 벽돌과 녹슨 철판 테두리의 2층 건물

제가 간 주말에는 앞에 세 팀이 있는데
10분쯤 지나니 차례가 와요

웨이팅은 캐치테이블 원격 줄서기로 미리 걸어 둘 수도 있는데
앱에 뜨는 예상 시간은 실제보다 한참 길게 나오는 편이에요

가게에는 앞 팀이 많아도 예상 시간보다 빨리 빠지니 화면의 시간은 무시해 달라는 안내문까지 붙어 있답니다

그러니 숫자에 놀라 발길을 돌리지 말고
출발하면서 미리 걸어 두시길 추천드려요

서리단 외부 디딤돌 길, 흰 담장의 원형 로고와 대나무 화단

영업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밤 9시까지고
가게 밖에는 기다리는 자리가 따로 있어요

메뉴판도 밖에 놓여 있으니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뭘 먹을지 미리 골라두세요

서리단 외관, 흰 벽돌 기둥의 녹슨 철판 간판과 바깥 메뉴판

한옥 실내와 가야금

안으로 들어서면
한옥처럼 꾸민 실내에 가야금 소리가 잔잔하게 흘러요

벽에는 사인이 잔뜩 붙어 있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에 나온 집이기도 해요

테이블마다 태블릿이 놓여 있어서
주문은 앉은 자리에서 바로 넣으면 되고
수저 세트까지 정갈하게 차려져 있어서
첫인상이 꽤 단정하답니다

서리단 테이블 나무 수저함, 비단 수저집에 담긴 놋수저와 매듭 장식

둘러보면 어르신을 모시고 온 가족 손님이 유독 많아요

그러다 보니 식사 시간에는 제법 북적이는 편이라
가야금 소리 들으며 조용히 먹는 자리를 생각하고 가면 좀 아쉬워요

그래도 직원분들 응대가 친절해서
식사 내내 기분은 좋답니다

서리단 실내, 태블릿 놓인 원목 테이블과 위층으로 오르는 나무 계단

쫄깃한 흑임자 옹심이

이날은 옹심이랑 물비빔 메밀면에 수육까지
주문한 세 가지가 한꺼번에 나와서 상이 금방 차요

같이 나오는 장아찌랑 열무김치도 맛깔스러운 편이에요

먼저 맛보는 건 1.4만원짜리 흑임자 옹심이인데
그릇이 놓이자마자 흑임자 향이 훅 올라와요

서리단 청어알 항정수육, 검은깨 뿌린 얇은 수육과 옆에 놓인 흑임자 옹심이

국물은 한 숟갈만 떠도 정말 고소한데
흑임자에 들깨까지 같이 갈아 넣은 것 같은 맛이죠
옹심이는 퍼진 데 없이 쫄깃쫄깃하고
옹심이만 있는 게 아니라
메밀 수제비도 같이 들어 있어요

간은 세지 않고 삼삼한 편이에요

자극적이지 않아서
한 그릇을 다 비워도 속이 부대끼지 않는데
짭짤하고 진한 맛을 기대하고 먹으면
조금 심심한 건 아쉬워요

그래도 어른들 모시고 가는 자리는 센 간보다 이런 맛이 낫잖아요

서리단 놋그릇에 담긴 둥글납작한 고기구이, 양파채와 부추 곁들임

먹다가 나중에는 보리밥을 넣어서 먹는 메뉴라
고소한 국물을 남기지 않고 끝까지 먹게 돼요

먹는 내내 부모님 생각이 나는 맛이라
40-50대 픽 베스트라는 문구에 고개가 끄덕여져요

옹심이는 들깨 옹심이, 바다 향이 도는 감태새우옹심이
얼큰 해물 옹심이까지 종류가 여럿이니
입맛대로 골라보세요

서리단 새싹비빔밥, 놋그릇에 담긴 양념 고기와 계란프라이

아이스홍시 물비빔 메밀면

물비빔 메밀면은 1.3만원이고
고명부터 눈에 띄어요

면 위에 아이스홍시가 올라가거든요

양념은 새콤함과 매콤함이 과하지 않게 섞여 있고
은은하게 단 홍시가 거기에 잘 어울려요

서리단 물비빔 메밀면, 붉은 양념 면 위에 올린 주황빛 아이스홍시

그런데 정작 기억에 남는 건 양념보다 면이에요

면 자체에서 메밀 향이 진하게 올라와서
한 젓가락이면 왜 인기 메뉴인지 바로 알게 된답니다

고소하고 순한 옹심이랑은 느낌이 전혀 달라서
20-30대 픽이라는 말도 이해가 가지요

서리단 물비빔 메밀면, 로고 새긴 놋그릇 가운데 얹힌 홍시 고명

곁들임으로는 2.7만원짜리 청어알 항정수육을 하나 시켜요

한정으로 파는 메뉴인데
얇게 썰려 나오는 항정살에 매콤달콤한 청어알이랑 무순무침을 같이 올려 먹어요

고기가 워낙 얇아서 식감이 부드럽고
물비빔 메밀면이랑 조합도 좋으니
면을 시킨다면 같이 주문해보세요

서리단 청어알 항정수육, 돌판 위 얇게 썬 수육과 무순무침

식후 메밀차

식사를 마치면 마무리로 메밀차를 내줘요
고소한 옹심이에 새콤매콤한 면까지 먹은 뒤라 차 한 잔으로 입안이 깔끔해져요

메밀차 키트도 따로 팔고 있으니
마음에 들면 하나 챙겨 가보시는 것도 좋아요

서리단 놋그릇에 둥글게 담긴 튀김만두 여섯 개와 가운데 간장 종지

서리단 놋그릇 위 둥근 갈색 튀김, 젓가락으로 집어 올린 한 점

이 집 음식은 화려하고 강한 맛보다는 자극 없이 속 편하게 먹는 한 끼에 가까워요

어르신 모시고 온 가족 손님이 많은 이유를 먹어 보니
알겠더라고요

유아의자도 있고 예약도 되니
가족이 다 같이 움직이는 날엔 캐치테이블로 미리 자리를 잡아두면 좋아요

서리단 치즈 새우 감자전, 채 썬 감자 위에 노릇하게 구운 치즈와 새우

저도 다음엔 부모님을 모시고 올 생각이에요

부모님 앞에는 흑임자 옹심이를 놓아 드리고
저는 이번에 못 먹은 들기름 메밀면을 시켜 보려고요

들기름 향이 고소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은 메뉴라
메밀 향 진한 이 집 면으로 꼭 한번 먹어 보고 싶답니다

서리단 들기름 메밀면, 김가루와 깨가루를 소복이 올린 한 그릇

서리단 들기름 메밀면과 튀김만두, 짙은 나무 테이블에 나란한 놋그릇 둘

서리단 들기름 메밀면, 구운 고기와 반찬이 함께 차려진 한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