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 하나 찾겠다고
카페 안을 여섯 바퀴나 돈 곳은 여기가 처음이에요
강화읍에 있는 조양방직인데
신기하게도 그 여섯 바퀴가 하나도 지루하지 않답니다
워낙 유명해서 이름만 알고 미뤄 두던 곳이라
부모님이랑 주말 드라이브 삼아 강화에 가는 날 점심 겸 빵 먹으러 들러요

여기는 1933년에 세워진 방직공장을 고쳐 만든 카페예요
오래된 건물 안팎이 옛날 물건으로 가득해서
빵 사러 들어왔다가
골동품 박물관을 통째로 구경하고 나오게 되지요
그러니 자리를 찾아 도는 시간도 그대로 구경하는 시간이 돼요

길 건너 공영주차장
카페에 딸린 주차장이 있긴 한데
건물 크기에 비하면 작아서
주말 낮엔 자리 찾기가 어려운 편이에요
주차 안내해 주시는 분이 계시니 안내를 따르면 되고
만차일 땐 근처 공영주차장에 세우면 돼요
강화신문2단지 앞에 있는 주차장인데
주차비를 받지 않고
길만 건너면 바로 카페라 오히려 이쪽이 수월하답니다

카페는 강화읍 시내 안쪽 골목에 있어서
처음엔 이 길이 맞나 싶어요
그러다 녹슨 철판 담장이랑 둥근 간판이 보이면 다 온 거예요
간판에 적힌 Since 1933을 보고 있으면
들어가기도 전에 이 건물이 얼마나 오래됐는지부터 실감이 나더라고요

두 군데 주문 줄
공간이 워낙 넓어서
들어가는 데는 웨이팅이 따로 없는 편이에요
다만 구경부터 하고 싶어도 주문이 먼저예요
1인 1음료가 방침이고
음료를 주문하지 않으면 입장료를 따로 받거든요
음료랑 빵을 서로 다른 카운터에서 따로 주문하고 계산한다는 것도 미리 알아두면 좋아요

문을 들어서자마자 늘어선 주문 줄에 깜짝 놀라는데
손님이 계속 들어오니 메뉴를 오래 고민할 틈도 없어요
음료 쪽 줄이 더 길 때가 있어서 저는 그쪽에 서고
빵 고르는 건 엄마한테 맡기는데
엄마가 제가 좋아하는 빵만 쏙쏙 골라 오신답니다

소금빵과 꿀생강차
빵은 종류가 굉장히 많아요
소금빵이랑 육쪽빵이 맛있고
엄마가 골라 온 명란 대파빵이랑 퀸아망
버터떡, 쫀득이도 입에 잘 맞아요
쑥크림이 들어간 쑥범벅이나
까만 빵 안에 소시지가 통째로 든 먹물통통소세지처럼 눈길 끄는 빵도 있으니
같이 담아 보세요
다만 아주 특별한 맛이라기보다는 여느 빵집이랑 비슷한 정도라
빵만 보고 찾아갈 곳은 아니에요
음료는 아메리카노가 7천원
라떼는 7,500원부터 8,500원까지라 다른 카페보다 비싼 편이에요
커피 맛은 무난해서 값만 놓고 보면 좀 아쉬운데
음료값에 구경 값까지 들어 있다고 생각하면
아깝지는 않아요
선선해진 요즘엔 커피 대신 꿀생강차를 추천드려요
생강 슬라이스가 그대로 들어 있어서 맛이 진하고
고운쑥라떼랑 자색고구마라떼도 달달하니 진해요

본관 작업대와 골동품
주문을 마치면 이제 자리 찾기인데
주말 점심때 본관은 손님이 빠질 기미가 없어요
자리가 날 때까지 구경이나 하자며 걷다 보면
어느새 여섯 바퀴째랍니다

본관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천장이 생각보다 훨씬 높아요
목조 구조에 유리 천장이 어우러져 탁 트여 보이고
그 아래로 기다란 테이블이 쭉 놓여 있어요
이 테이블이 옛날에 방직기계를 올려두던 작업대랍니다

테이블마다 조명이 은은하게 켜져 있고
시멘트 벽은 거의 손대지 않고
그대로 살려 둔 모습이에요
군데군데 벗겨진 벽에 불빛이 닿으니
낡았는데도 자꾸 눈이 가요
작업대에 앉아 음료를 마시고 있으면
꼭 이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이 된 것 같지요

구석구석 놓인 물건은 정말 끝이 없어요
영국에서 건너온 깨진 유리창 문짝
체코 기차에 달려 있던 둥근 거울 같은 게 곳곳에 있고
마릴린 먼로랑 심슨 만화에서 보던 캐릭터도 보여요
가만히 앉아 있는 강아지 모형은 진짜 살아 있는 것 같아서
한 번 더 돌아보게 된답니다
사장님이 유럽이랑 중국에서 하나씩 모아 온 물건들이라
한 가지 콘셉트로 맞춘 공간은 아닌데
워낙 많다 보니 하나씩 들여다보는 재미가 커요


부모님 세대한테는 이런 물건 하나하나가 다 추억이잖아요
저희 부모님도 옛날에 쓰던 물건 앞에서는 걸음이 한참 느려져요
눈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직접 만져 보고 타 볼 수 있는 것도 있어서
아이들 데리고 온 가족도 많아요
어디에 카메라를 대도 그림이 되는 데다 포토존이 곳곳에 숨어 있으니
하나씩 찾아보세요

그렇게 여섯 바퀴를 돌고서야 겨우 앉는데
사실 본관만 맴돌 필요는 없어요
사람은 주로 본관에 몰리고
별관이랑 안쪽에는 자리가 넉넉하거든요
본관이 붐비는 날엔 별관으로 가면 훨씬 조용하고
앤티크 의자에 앉아 문 너머 풍경을 보며 쉬기 좋아요

마당과 바깥 화장실
돌다 보면 잉어가 있는 연못도 나오고
건물 밖으로 나가면 정원이 이어져요
정원에는 바나나 나무가 자라고
철제 조형물이랑 조명 기둥
옛 공장 느낌이 나는 포토존이 놓인 마당은 실내와는 또 다른 분위기라 천천히 걸어 보시길 추천드려요

의외로 기억에 오래 남는 건 화장실이에요
바깥에 따로 있는데 여기까지 빈티지하게 꾸며 놓아서
볼일 보러 갔다가 구경을 하고 나와요
야외로 나가는 문인 줄 알고 열었다가
화장실이라 멈칫한 적도 있는데
그만큼 넓고 구석구석 볼 게 많은 곳이지요
한 바퀴 둘러보고 앉아서
빵까지 먹다 보면 두 시간은 금방 가요
그래서 커피 맛을 기대하기보다 구경할 시간을 넉넉히 잡고 가시는 게 좋아요
강화읍 시내에 있어서
석모도나 교동도를 돌고 나오는 길에 들르기에도 동선이 괜찮답니다

문은 오전 11시에 열고 평일은 저녁 8시
토요일이랑 일요일은 밤 9시까지 해요
주말이랑 연휴에는 정말 붐비니까
조금 일찍 움직여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