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 쪽으로 드라이브를 나가면
들르는 카페가 하나 있어요
다들 데이트 코스로 꼽는 곳인데
저는 여기를 늘 혼자 와요
데이트 명소에 혼자라 살짝 머쓱하긴 해도
빵 하나에 커피 한 잔 야무지게 먹고 가기에도 제법 괜찮거든요
을왕리 왕산해수욕장 근처라 바다 보러 나온 길에 들르기도 좋아요
문을 연 뒤 한동안 영종도에서 가볼 만한 곳으로 손꼽히던 카페라 요즘은 좀 한산하겠거니 싶은데
평일에도 생각보다 사람이 꽤 많답니다
멀리서 보면 영락없는 교회 건물인데
실제로 오래된 교회를 고쳐 만든 카페예요
들어가는 길목에 민박이랑 펜션이 모여 있다 보니
주택가 한가운데 교회가 서 있는 느낌이 물씬 나요
카페가 있는 본관 말고도 전시관이랑 사슴이 사는 별관까지 건물이 세 채라
커피만 마시고 나오기엔 볼거리가 꽤 많은 편이에요

빵 진열대와 가격표
문을 열고 들어서면 빵 진열대가 제일 먼저 반겨 줘요
돌빵이랑 흙빵처럼 이 집 분위기에 맞춘 독특한 빵에
소금빵이나 크루아상 같은 익숙한 빵
케이크까지 늘어서 있답니다
말차나 쑥으로 만든 디저트도 있어서
그쪽 취향이라면 고르는 재미가 꽤 쏠쏠해요
다만 품절된 빵이 많을 땐 진열대가 듬성듬성 비어 있기도 해요

가격표를 보면 살짝 흠칫하게 돼요
아메리카노가 7,900원
카페 라떼가 8,500원이고 만 원을 넘는 음료도 여럿이라
빵까지 고르다 보면 금방 값이 불어나거든요
을왕리 일대 카페들이 커피값이 대체로 조금 있는 편이긴 한데
그걸 감안해도 가볍게 들를 만한 가격은 아니에요

그래도 이 집은 커피보다 공간을 보러 오는 곳이라
저는 관광지 하나 구경 온다는 마음으로 와요
그렇게 생각하면
가격표 앞에서 놀란 마음이 조금 누그러져요
층마다 다른 공간
본관 안은 높은 천장에 조명이랑 초록 식물이 어우러져서
멋스러운 공간이 많아요
1층은 프론트 뒤편으로 차분한 공간이 이어지는데
손님이 그렇게 많아도 웅성거리는 소리가 크지 않아서
혼자 올 땐 주로 여기 앉는 편이에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부터 분위기가 확 바뀌어요
교회 벽면을 그대로 살린 것 같은 인테리어에 모자이크 벽까지 더해져서
계단에서만 사진 몇 장이 금방 나오더라고요

2층은 실내 정원처럼 꾸며져 있어요
양 끝으로는 계단 위에 공간이 한 칸씩 더 올라가 있어서
신랑 신부가 걸어 나올 것 같은 무대처럼 보이고
3층은 그 2층을 내려다보는 자리라 무대 앞 객석에 앉은 느낌이 나요
넓지 않고 천장도 살짝 낮은 편이랍니다


이 집에서 사람이 가장 몰리는 곳은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는 2층과 3층이에요
창으로 해가 들어오면 유리가 반짝이면서
공간 전체가 화사해져서
창 앞에서 한동안 올려다보게 돼요
데이트 온 커플이나 드라이브 나온 가족들이 카페 곳곳에서 사진 남기느라 바쁜 모습도 흔하답니다


지하 동굴과 탑층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이번엔 동굴 같은 공간이 나와요
‘땅의 생성’을 주제로 꾸며 둔 곳인데
SNS 영상으로 볼 때
제일 궁금해지는 데가 바로 여기거든요
실제로 보면 천장이 낮아서
소리가 조금 울리는 편이에요
안쪽 끝에는 단체 손님이 앉을 수 있는 룸 같은 공간도 따로 있어요


탑층으로 가는 길은 하얀 바탕에 유리가 투명하게 빛나서 오르는 것만으로도 예뻐요
위에 오르면 인천 바다가 시원하게 보이는데
테이블은 하나 정도라 앉아서
머무는 곳이라기보다는 잠깐 바다 구경하고 사진 찍는 곳에 가까워요
야외 테라스도 꽤 넓은 편이니
요즘처럼 선선할 땐 밖에 앉아 풍경을 보며 쉬어 보세요
소금빵과 아메리카노
주문은 프론트에서 하고
음료랑 디저트는 왼편에서 받아요
공간이 워낙 넓어서
진동벨 대신 카톡 메시지로 알려 주는 방식이라
주문할 때 전화번호를 등록해 두면 좋아요
지하는 전화가 잘 안 터지는 편이라
알림을 기다리는 동안엔 위층에 자리를 잡아 두는 걸 추천드려요
나이프랑 포크, 빨대, 냅킨은 픽업하는 곳 왼쪽 끝에 모여 있답니다

제 주문은 거의 정해져 있어요
소금빵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인데
소금빵이야 요즘 웬만한 빵집이면 다 잘 굽잖아요
가격표까지 본 뒤라 이 값에 평범하기만 해도 섭섭하겠다 싶은 마음으로 한 입 베어 무는데
다행히 바닥이 바삭하고
버터 풍미가 진하게 느껴져요
공간까지 생각하면
이 정도는 충분히 봐줄 만한 셈이에요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값이 있는 대신 양이 꽤 넉넉한 편이에요
산미가 아주 얕게 깔려서
호불호 없이 무난하게 마시기 좋고요
다만 산미를 기대하고 커피를 고르면
산미보다 탄맛이 먼저 올 때가 있어서
그 점은 조금 아쉬워요
아메리카노 말고 다른 걸 마시고 싶은 날엔 갯벌 라떼도 괜찮아요
이름부터 궁금해지는 메뉴인데
흑임자가 들어가서 고소하면서도 달달해요
시그니처는 영하 80도에서 만드는 프로즌 커피라서
커피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골라 보세요
빵 말고 든든하게 먹을 메뉴도 있어요
파스타나 라자냐, 옥돔 스테이크가 맛있는 편이라
끼니때 맞춰 오면 여기서 한 끼를 해결해도 좋답니다

사슴 사는 별관
본관 뒤편으로 나가면 볼거리가 더 이어져요
별관인 헤리티지관은 전시 공간인 줄 알고 들어서면
꽃사슴이 떡하니 있어서 처음엔 깜짝 놀라게 돼요
사슴 먹이주기는 따로 값을 내고 해 볼 수 있어서
아이들이랑 오는 가족이라면
여기서 시간을 꽤 보내게 되겠지요?
카페 안에 유아의자도 있어서
함께 오기에도 괜찮은 곳이에요
바로 옆 2층짜리 전시관은 1층부터 2층까지 설치 미술처럼 꾸며져 있어요
빙글빙글 돌아가는 달에, 천장을 꽃으로 가득 채운 공간까지 있어서
휴대폰을 꺼내지 않고 지나치기가 어려워요
전시관 옆으로는 작은 컨테이너 무인 가게가 있고
메이드림과 함께 만든 인생네컷도 있으니
사진 좋아하는 분이라면 들러 보세요
주말 진입로
주차장은 여러 곳에 나뉘어 있고
2시간까지 무료예요
평일엔 자리가 여유로운 편이라
어렵지 않게 세울 수 있는데
사람이 몰리는 주말엔 진입로부터 막혀서
주차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근처 공영주차장에 세운 뒤 걸어오는 일도 생겨요
그런 날엔 입장 웨이팅이 길어질 때도 있고요

문은 매일 오전 10시에 열어서
저녁 8시 30분까지 해요
25인승이 넘는 대형버스는 주말과 공휴일에 들어올 수 없으니
단체로 움직인다면 미리 연락해 두세요
주말 진입로가 워낙 막히다 보니
저는 주로 평일에 드라이브 겸 들르는 편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