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컷 수영하고 나와서
먹는 밥은 돌을 씹어도 맛있잖아요
짝꿍이랑 저도 물을 좋아하는 편인데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은 숙소 수영장에 들어가면
아예 나올 생각을 안 해요
관광은 뒷전이고 두 시간씩 물에서 놀다 보면
여행을 온 건지 전지훈련을 온 건지 헷갈릴 정도랍니다
그렇게 놀고 나면 저녁이 한참 늦어지는데
이럴 때 찾는 곳이 중문의 숙성도예요

몇 해 전부터 제주 다녀온 사람마다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흑돼지집이라
기대를 잔뜩 안고 가게 되거든요
그런데 막상 먹어 보면
다들 왜 그렇게까지 극찬하는지 살짝 고개가 갸웃해지는 대목도 있어요
캐치테이블로 줄을 걸어 두어도 눈치게임에서 한 발 늦으면
저녁 시간엔 30분쯤 웨이팅을 하게 돼요
시간을 잘 맞추면 금방 들어가는 편이지만
붐비는 날엔 훨씬 길어지기도 해서
문 여는 시간에 맞춰 원격줄서기를 걸어 두는 걸 추천드려요
기본 정보
숙성도 중문점은 제주 서귀포시 일주서로 1101에 있고
건물 1층과 2층을 모두 쓰는 큰 가게예요
영업은 오전 11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이고
요일 상관없이 매일 같은 시간에 문을 열어요
브레이크타임이 없어서
점심과 저녁 사이 어중간한 때에 가도 식사할 수 있답니다
현장 웨이팅 등록은 오전 11시부터 받고
원격줄서기는 오전 11시 30분 문을 여는 것과 동시에 시작돼요
빈자리 알림 기능은 따로 쓰지 않는답니다

마지막 입장은 저녁 9시, 라스트오더는 9시 15분이고 퇴장은 9시 50분이라
늦은 저녁에 간다면
입장 시간부터 챙겨 두시는 게 좋아요
전화번호는 064-739-5213이고
단체로 예약하려면 매장에 미리 전화를 넣어야 해요
주차장이 있어서 차로 찾아가기 좋은 편이에요
서빙로봇이 매장 안을 오가는 곳이라
유모차는 가지고 들어가기 어려우니
아이들과 함께라면 미리 알아 두시면 좋아요
넓은 매장과 숙성 고기
들어서기 전부터 가게 규모에 한 번 놀라게 돼요
늦은 저녁인데도
주차장에 들어가려는 차가 줄을 설 만큼 손님이 많은데
주차장도 매장도 워낙 넓다 보니
그 많은 사람을 다 받아 내는 셈이에요
안으로 들어가면 천장이 높고
테이블 사이도 넉넉해서
고깃집이라기보다 세련된 레스토랑에 온 느낌이 들어요
건물 안에는 기념품샵과 카페도 함께 운영해요

매장 안쪽에는 숙성 중인 삼겹살
목살, 항정살, 앞다리살
등심, 뽈살이 줄지어 놓여 있는데
그 양이 놀라울 만큼 많아요
100% 제주 흑돼지를 진공 포장해
영하 1도 염수에 보관하는 워터에이징을 거친 뒤
바람과 온도, 습도를 맞추는 드라이에이징으로 한 번 더 숙성하는
교차숙성 방식이에요
삼겹살이나 목살 같은 구이용 부위뿐 아니라 등심
앞다리, 뒷다리처럼 구이로는 잘 안 쓰는 부위까지
숙성으로 맛있게 살려 내는 게 이 집만의 특징이지요
그중 시그니처는 960시간을 숙성한 숙성 흑뼈등심으로
350g에 3.9만원이에요
뼈가 붙은 채 두툼하게 나와서
언뜻 양고기처럼 보이는데
하루 판매량을 정해 두고 파는 메뉴랍니다
제주다운 밑반찬
자리에 앉아 태블릿으로 주문을 마치면
밑반찬이 아기자기하게 깔려요

고사리, 참나물장아찌, 깻잎장아찌에 명란젓
멜젓, 갈치속젓까지 젓갈이 여러 가지라 제주다운 상차림이에요
소스도 종류가 많아서
고기를 찍어 먹을 거리가 넉넉한 편이에요
반찬 가운데 백김치는 따로 기억해 둘 만큼 맛있어요
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어서 나중에 고기와 함께 먹을 때
진가가 드러난답니다
기본으로 나오는 찌개도 서비스로 넘기기엔 아까운 맛이에요
고기가 생각보다 넉넉하게 들어 있고
구운 고기랑 같이 먹어도 잘 어울려요
쌈 채소나 반찬이 모자라면 매장 곳곳에 있는 셀프 코너에서
필요한 만큼 더 가져다 먹을 수 있답니다

직원이 굽는 불판
늦은 저녁에 가면 특수부위가 이미 다 나가고 없을 때가 있어서
저희는 숙성 삼겹살과 목살로 주문해요
흑돼지를 근 단위로 시키면 양이 부담스러운데
여기는 200g 한 인분씩 주문할 수 있어서
식구 수에 맞추기 좋아요
숙성 삼겹살 한 인분이 2.3만
원이라
가격대는 제법 있는 편이에요

고기가 나오면 두께부터 눈에 들어와요
지방이 꽤 붙어 있긴 해도 살코기가 선홍빛으로 고와서
불판에 오르기 전부터 기대가 커진답니다

불판이 달궈지면 직원분이 고기를 올리고
멜젓 소스와 묵은지까지 불판 한쪽에 함께 올려 줘요
처음부터 끝까지 직원분이 다 구워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주시니
고기 굽느라 바쁠 일 없이 아이들 챙기면서 먹을 수 있어요

수영으로 배를 다 비우고 온 날이라
첫판은 거의 허겁지겁 먹게 되는데
삼겹살은 한 인분이 금방 비워져서
결국 하나를 더 시키게 되지요
손님이 끊임없이 들어와 직원분들이 늘 분주한데도
어떤 소스를 곁들이면 맛있는지 하나하나 알려 주세요

직원분이 알려 주는 조합 가운데 으뜸은
명란에 고추냉이를 올린 한 점이에요
다 구운 고기를 맛보라고 한 점씩 세팅해 주시는데
명란젓과 고추냉이를 얹은 고기는 그저 맛있다는 말밖에 안 나와요

여기에 아삭한 백김치까지 곁들여 한입에 넣으면
입안이 그냥 행복해지는 맛이랍니다
이런 조합으로 먹다 보면
두툼한 고기도 순식간에 사라져요

숙성 고기의 맛
두툼하게 썬 고기인데도 잡내가 없어서
아이들이 생각보다 잘 먹어요
씹으면 촉촉하고 부드러운 편이라
고기를 크게 즐기지 않는 사람도 부담 없이 먹기 좋아요

다만 육즙이 팡팡 터지는 맛을 기대하고 가면 조금 아쉬워요
삼겹살은 비계가 많은 편이고
목살은 생각보다 빡빡하게 씹힐 때가 있거든요
예전에 제주의 다른 흑돼지집에서
두툼한 목살 육즙에 깜짝 놀란 기억이 있다 보니
엄청 맛있다 싶은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게
솔직한 마음이에요

열무냉면 한 그릇
그리고 이 집에서 가장 맛있게 먹는 건
마지막에 시키는 동치미열무냉면이에요
9천원짜리 냉면 한 그릇에 짝꿍이랑 마주 보고
웃게 되는 걸 보면
고기보다 냉면이 더 기억에 남는 셈이죠
식사 메뉴는 고기와 한꺼번에 나올 수 있으니
냉면은 고기를 어느 정도 먹은 뒤에 따로 시키는 게 좋아요
식사 메뉴로는 갈치속젓볶음밥도 있는데
8천원에 달궈진 뚝배기로 나와서
바닥에 누룽지가 적당히 생겨요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메뉴가 아니라
한 번쯤 시켜 보시는 것도 좋아요
된장술밥이나 가자미회비빔냉면도 있으니
고기 뒤에 입맛대로 골라 보세요

육즙만 놓고 보면
다음 제주 여행엔 다른 흑돼지집도 한번 찾아볼 것 같아요
그래도 수영하다 늦어지는 저녁에
고기 굽는 수고 없이 아이들과 배불리 먹고
명란 한 점에 열무냉면까지 챙기고 나면
이 집이 왜 늘 붐비는지는 고개가 끄덕여진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