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석강을 지나 하루의 마지막 코스로 곰소염전에 닿을 즈음이면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요

소금 생산 시기라 안쪽은 출입을 막아 둬서
바둑판처럼 칸칸이 나뉜 소금밭을 짝꿍이랑 바깥쪽에서 둘러보고 있는데
바로 앞 건물에서 마감을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와요

거기가 찐빵으로 유명한 슬지제빵소랍니다

슬지제빵소 외관, 2층 검은 박공지붕 간판과 하얀 벽돌 건물

쉬는 날 없이 오전 10시에 열어 저녁 6시 30분이면
닫는 집이라
일몰까지 보고 들르기엔 시간이 빠듯하거든요

그래서 찐빵은 다음 날로 미뤄 두고
근처에서 하룻밤 묵은 뒤 백합죽으로 아침을 먹고 나서야 이 집 문을 열어요

하루를 기다리다 보니 궁금한 게 은근 많아지더라고요

슬지제빵소 하얀 벽돌 외벽의 세로 나무 간판과 상장 액자

나무문과 하얀 건물

도착하면 건물이 나뉘어 있어서
어느 문으로 들어갈지 살짝 망설여져요

나무문으로 된 출입구는 기념품을 파는 샵이고
찐빵 카페는 그 오른쪽 하얀 건물이에요

빵은 진열대에서 골라 계산대로 가져가고
음료는 키오스크에서 따로 주문하면 된답니다

슬지제빵소 흰 벽돌 외벽의 seul 레터링과 나무문 출입구

안으로 들어서면 동네 빵집이라기엔 규모가 꽤 커요

매장이 넓은 데다 인테리어도 예쁘게 꾸며 놓아서
염전이랑 젓갈 파는 가게들 곁에 있는 곳치고는 제법 세련된 분위기죠
그만큼 찾는 사람도 많아서 평일에도 붐비고
주말이나 연휴엔 정신이 없는 편이에요

주차장이 있긴 해도 사람이 몰릴 때는
자리가 빠듯하니 조금 여유 있게 움직여보세요

슬지제빵소 실내, 둥근 방석이 놓인 계단식 원목 좌석

소금찐빵 나오는 시간

이 집 시그니처는 곰소 소금찐빵이에요

그런데 이 빵은 아무 때나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낮 시간에 맞춰 나오고
한 사람이 2개까지만 살 수 있어요

아침 먹고 곧장 온 저는 빵 나오는 때가 아니라서
구경도 못 하고 돌아서게 된답니다

슬지제빵소 곰소 소금찐빵 안내판과 당일 품절 표지가 놓인 빈 쟁반

그렇다고 느지막이 가면 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에요

오후 늦게는 진열대에 남은 빵이 거의 없는 편이라
고를 게 별로 없거든요

소금찐빵이 목표라면 한낮에 맞춰 가는 걸 추천드려요

슬지제빵소 진열대, 개별 포장된 쫀득 베이글 찐빵 쟁반

묵직한 찐빵

소금찐빵을 못 사도 고를 건 많아요
찐빵 하면 보통 팥 든 것부터 떠오르잖아요

여기는 우리밀이랑 우리쌀
우리팥으로 빵을 만드는데
생크림이나 크림치즈를 채운 것부터 크림치즈에 견과류나 대파를 더한 것
쑥떡찐빵이랑 해남단호박떡처럼 지역 재료 이름을 단 것까지 종류가 다양해요

슬지제빵소 진열대, 개별 포장 찐빵이 가득한 2단 쇼케이스

슬지제빵소 개별 포장 찐빵 여러 종류와 음료 두 잔이 놓인 쟁반

저희는 우유생크림찐빵이랑 마카다미아 팥크림 치즈찐빵을 하나씩 고르는데
치즈찐빵 안에는 팥크림이 듬뿍 들어 있고
마카다미아도 다섯 알쯤 씹혀요

손에 들면 묵직한 건 팥이든 크림이든 소를 가득 채워 넣어서
그렇답니다

슬지제빵소 생크림 찐빵과 쑥빛 팥 찐빵 단면, 대나무 찜기와 음료 두 잔

빵피는 보통 빵처럼 폭신하기만 한 게 아니라
떡처럼 쫀득한 느낌이 살짝 있는 편이에요

다만 크림이 든 찐빵은 먹다 보면 느끼함이 올라와서
하나를 혼자 끝까지 먹기엔 좀 물려요

값도 생크림 찐빵이 3,600원
크림치즈 찐빵이 3,500원이라
싸다고 하긴 어렵죠
대신 양이 많아서 하나로 둘이 나눠 먹어도 충분하니
처음엔 가짓수를 줄여서 골라보세요

슬지제빵소 개별 포장 찐빵 하나와 딸기 음료, 아이스 커피가 놓인 쟁반

염전 보이는 2층

이 집은 음료 없이 빵만 사면 매장 안에는 앉을 수 없어서
키오스크에서 아이스 카페라떼에 샷을 추가해 같이 주문해요

아메리카노가 6천원
팥우유가 6,500원이라
음료값도 만만치 않은데
커피 맛은 값에 비하면 평범해서 좀 아쉬워요

단 걸 좋아한다면 흑당소금커피나 오디 음료가 달달하니
그쪽으로 골라보세요

슬지제빵소 오디 음료 세 잔, 오디와 민트 잎을 올린 보랏빛 유리잔

자리는 매장 안 말고도 1층 야외 정원이랑 2층 정원이 있어요

2층 야외 공간은 크지 않은데
올라가 보면 전날 저녁에 걷던 곰소염전이 눈앞에 펼쳐져요

평일 오전에는 저희 둘뿐일 때도 있어서
염전을 바라보며 조용히 먹기 좋답니다

슬지제빵소 짙은 회색 박공 외벽의 흰색 영문 레터링과 접이식 유리문

발효소금과 보냉백

찐빵 두 개는 둘이 먹어도 양이 많아서
조금 먹다가 자리에서 일어나게 돼요

나가는 길에 기념품샵을 한 바퀴 도는데
주류랑 잔부터 머리핀이랑 모자 같은 소품
2층의 앞치마 같은 주방 소품까지 구경거리가 꽤 다양한 편이에요

저는 여기서 파는 곰소 발효소금을 지인 선물로 하나 고르는데
포장된 것과 안 된 것이 따로 있으니
선물용이면 포장된 쪽으로 챙겨두세요

슬지제빵소 크림 올린 커피 한 잔과 견과류 묻은 하얀 찐빵

빵을 사 들고 오래 이동한다면
보냉백도 챙겨 두면 좋아요

소형이랑 대형이 있고 따로 추가하는 방식인데
빵이 하나씩 개별 포장돼 있고 종이백도 귀여워서
선물로 들고 가기에 괜찮답니다

슬지제빵소 음료 세 잔과 웃는 얼굴이 그려진 흰색 보냉백

슬지제빵소 종이 포장 봉투 세 개, 노끈 매듭과 곰 캐릭터 그림

그렇게 발효소금 하나를 들고
다음 코스인 내소사로 향해요

차에 올라서도 못 산 소금찐빵이 은근 생각나더라고요

부안에서 하루 묵는다면
저녁엔 곰소염전에서 해 지는 걸 보고
다음 날은 한낮에 맞춰 찐빵을 사러 오는 순서로 잡아보세요